2022년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는 이상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마동석 주연의 형사 마석도가 다시 돌아온 범죄 액션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2017년 <범죄도시>의 흥행에 이어 2편 역시 1,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의 극장 부활을 이끈 대표적인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본 작품은 단순한 후속작을 넘어, 액션의 밀도, 캐릭터의 입체감, 국제 범죄 조직이라는 새로운 배경 설정 등을 통해 시리즈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장르적 재미를 한층 강화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상용 감독의 연출 전략을 중심으로, 리얼한 액션 연출 방식, 캐릭터 중심 내러티브, 그리고 시리즈물로서의 완성도를 높이는 연출적 선택들에 대해 분석합니다.
리얼리티 기반 액션의 밀도와 긴장감
<범죄도시2>에서 가장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요소는 단연 리얼리티 기반의 액션 시퀀스입니다. 이상용 감독은 전작의 성공 요소였던 ‘한 방에 끝나는’ 통쾌한 액션의 느낌을 유지하면서도, 좀 더 세밀하고 현실적인 액션 연출로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주먹 액션을 중심으로 한 격투 장면은 CGI나 와이어에 의존하지 않고, 배우들의 실제 동선과 합을 바탕으로 촬영되었습니다. 마석도(마동석)의 액션은 단순히 물리적인 강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압도적인 체격과 리듬을 활용한 현실적인 ‘무게감 있는 액션’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감독은 이러한 액션을 촬영할 때 빠른 편집보다는 롱테이크와 중간 거리 샷을 활용하여 타격감과 몰입도를 동시에 확보합니다. 특히 베트남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이나 주먹 대결 장면은 공간의 구성을 세밀하게 고려한 연출로 인해, 관객이 실제로 현장에 있는 듯한 긴박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이처럼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한 액션 연출은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와의 차별점을 만들어내며, 리얼리즘이라는 테마에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또한 소음, 충격음, 주변 환경음 등을 실감 나게 조합한 사운드 디자인 역시 액션의 몰입도를 배가시키는 요소입니다. 액션의 배치 또한 단순히 자극적인 볼거리에 그치지 않고, 사건의 흐름과 감정 곡선에 맞춰 설계되어 있어, 각 액션 시퀀스가 이야기의 전개와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이런 전략을 통해 이상용 감독은 <범죄도시2>를 단순한 액션 나열형 영화가 아닌, 극적 긴장감과 서사 흐름을 갖춘 액션 드라마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캐릭터 강조와 주인공 중심의 내러티브 구조
<범죄도시2>는 마석도라는 인물이 중심이 되는 전형적인 주인공 서사 구조를 따르면서도, 캐릭터의 고유성과 성장, 주변 인물과의 관계망을 정교하게 구성해낸 것이 특징입니다. 마동석이 연기한 마석도는 단순히 힘센 형사를 넘어서, 정의감과 직감, 인간적인 매력을 갖춘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상용 감독은 이 캐릭터가 ‘슈퍼 히어로’로 비쳐지지 않도록, 주변 인물들과의 유대와 갈등, 그리고 도덕적 판단이 부각되는 장면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합니다. 예컨대 마석도가 베트남으로 원정 수사를 떠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결단력, 그리고 범죄자를 대할 때의 무자비함과 일반 시민에 대한 배려심은 인물의 이중적 면모를 강조하는 동시에 인간적인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반면, 악역 강해상(손석구 분)은 전편의 장첸과는 또 다른 색채를 지닌 빌런으로 등장합니다. 그는 단순한 폭력성과 잔혹성뿐 아니라, 자기중심적이고 계산적인 성격을 지닌 범죄자로 묘사되며, 그로 인해 마석도와의 대립은 단순한 물리적 충돌이 아닌 가치관의 충돌로까지 확장됩니다. 이처럼 주인공과 대척점에 선 인물 간의 캐릭터 대비를 통해 극의 긴장감이 증폭됩니다. 또한 형사팀 내부의 인물들, 예컨대 전일만 반장(최귀화 분)이나 김상훈 형사(하준 분) 등의 조력자들도 단순한 배경 인물이 아니라, 유기적인 팀워크와 갈등을 통해 마석도의 인간적 면모를 비추는 거울로서 기능합니다. 이상용 감독은 이러한 캐릭터 조합과 감정 흐름을 중심으로 내러티브를 설계하여, <범죄도시2>를 단순히 ‘형사가 악당을 잡는 이야기’에서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며 변화하고 성장하는 드라마’로 확장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장르적 완성도와 시리즈 연출의 균형
<범죄도시2>는 전편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기보다는, 그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스케일과 구성, 연출 방식에서 진화를 꾀한 작품입니다. 이상용 감독은 ‘강력한 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범죄 사건’이라는 시리즈 핵심을 유지하면서, 배경을 국내에서 해외(베트남)로 확장시키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액션의 무대와 범죄의 양상을 넓혔습니다. 이를 통해 시리즈의 세계관이 보다 입체적으로 구축되며, 마석도의 정의 구현이 ‘동네 경찰’ 수준을 넘어 국제 범죄 대응으로 확장됩니다. 감독은 새로운 공간과 국제적 배경을 활용하면서도, 이야기의 중심이 캐릭터와 갈등 구조에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베트남 현지 경찰과의 협업, 언어의 장벽, 현지 범죄 조직과의 갈등 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내러티브의 긴장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기능합니다. 또한 <범죄도시2>는 유머와 폭력의 균형도 절묘하게 맞춘 작품입니다.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마석도 특유의 직설적 화법과 주변 인물들의 코믹한 반응은 영화의 템포를 조절하고 관객의 몰입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균형은 시리즈물로서 가장 중요한 ‘반복성과 변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장치로 작동합니다. 이상용 감독은 전편보다 더 넓은 이야기의 지평과 액션의 완성도를 제시함으로써, <범죄도시> 시리즈가 단발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장르 프랜차이즈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범죄도시2>는 액션의 현실성, 캐릭터 중심 서사, 시리즈 연출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모두 탁월한 성취를 이룬 작품입니다. 이상용 감독은 단순한 범죄 오락 영화 이상의 무게감과 감정선을 부여하며, 한국형 액션 시리즈의 새로운 모델을 성공적으로 정립했습니다. 시리즈의 다음 편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여기에 있습니다.